우리가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 화면이 선명하거나, 색감이 풍부하다는 느낌이 들면 흔히 화질이 좋다고 합니다. 좋은 화면을 얻으려면 당연히 장소와 조명과 같은 환경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하겠죠? 하지만, 이미 촬영이 되고 있거나 촬영이 끝난 파일이라면 화면의 크기, 색깔, 데이터의 크기 등 기술적인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오늘은 영상의 품질, 즉 화질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해상도 / 프레임레이트 / 비트뎁스 / 비트레이트 / 다이나믹레인지 / 코덱
이렇게 총 6가지가 있고요, 저는 영상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 6가지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개념들을 모두 이해한다면 촬영과 편집, 더 나아가 색보정과 마스터링까지 모든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럼 첫번째, 해상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해상도(Resolution)
우리가 보는 TV, 모니터, 아이패드, 휴대폰. 확대해 보면 모두 수백만 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점묘법의 대가 쇠라의 그림처럼 수많은 점이 모여 하나의 화면을 볼 수 있는 거죠. 쇠라의 그림을 확대하면 보이는 작은 점들이 보입니다. 쇠라의 점은 물감이지만, 화면 속 하나의 점은 아주 작은 전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작은 전구들이 켜졌다 꺼지면서 밝기와 색을 만들고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을 재생시킵니다. 우리는 이 하나의 전구를 '픽셀'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픽셀의 가로 개수x세로 개수를 '해상도'라고 해요. 그리고 가로와 세로 픽셀의 개수를 곱하면 해당 화면의 총 픽셀 수가 나오는데 이를 '화소'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해상도가 높을수록, 즉 화소가 높을수록 더 선명한 화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화면을 이루는 점의 개수가 많아지는 것이니까요.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해상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SD(720x480): 2000년대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규격입니다. 현재는 영상 기술의 발달로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HD(1920x1080): 현재 가장 기본이 되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규격입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TV, 모니터, 스마트폰에서 좋은 화질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UHD(3840x2160): HD 화면을 4개 합친 크기로 훨씬 더 크고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TV나 모니터, 그리고 영상 플랫폼에서도 UHD를 지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죠. UHD 혹은 4k의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보편화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4k(4096x2160): UHD에서 가로로 확장된 비율을 가진 규격입니다. 보통 UHD와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4k는 UHD와 명확히 구분되어 사용됩니다.
*8k UHD(7608x4320): UHD 화면을 4개 합친 크기입니다. 하이엔드 시네마 카메라에서 촬영 가능한 옵션이 있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내세워 새로 출시하는 8k TV나 모니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8절 도화지, 4절 도화지와 같은 정해진 캔버스의 규격을 정하는 것처럼 영상을 만들 때에도 내 상황에 맞는 해상도의 규격을 정해야 합니다. 더 큰 종이에 그림을 그릴수록 더욱 세밀한 묘사가 가능한 것처럼, 더 큰 해상도로 촬영하고 편집하면 더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2.프레임레이트(Frame Rate)
사진은 멈춰있는 하나의 이미지를 연속해서 보여주는 것이고, 영상은 여러 장의 이미지를 연속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줄 때 한 번에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줘야 우리는 이것을 영상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요? 통상적으로 1초에 16장의 이미지를 보여주면 우리의 눈이 연결된 움직임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프레임레이트는 1초에 몇장의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가? 를 뜻합니다. 만약 1초에 16장을 보여주면 16프레임(16fps)이 되는 것이죠. 영화는 1초에 24장을 보여주는 24프레임(23.98fps), TV 방송은 1초에 30장을 보여주는 30프레임(29.97fps)으로 사용합니다. 제가 24프레임을 23.98, 30프레임을 29.97로 표시한 이유는 과거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넘어올 때 발생한 문제 때문인데, 이 이야기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레임레이트가 높을수록 움직임이 더 부드럽고 정밀하게 표현하는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화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특수한 목적에서 초당 60프레임, 120프레임 이상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높은 프레임레이트로 촬영하고 편집하면 더 좋은 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데 우리가 영화관에 가면 여전히 24프레임으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술적으로는 높은 수치가 좋은 품질을 결정하지만, 반드시 좋은 품질만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눈보다 영상이 더 리얼하게 표현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필름을 동경하는 것처럼 말이죠.
3.비트뎁스(Bit Depth)
그림 실력이 같은 두 학생이 있는데 A 학생에게는 12색 물감을, B 학생에게는 36색 물감을 주며 저기 보이는 나무를 그려보라고 합니다. 누가 더 풍부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당연히 B학생이 가지고 있는 색의 수가 많으니 더 다채롭게 그릴 수 있을 겁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서 비트뎁스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할게요.
비트뎁스를 그대로 풀이하면 '색의 깊이'라고 합니다. 2D로 존재하는 화면에 어떻게 깊이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비트뎁스는 1개의 픽셀이 표현할 수 있는 색의 수입니다. 실제로 공간상의 깊이는 없지만 작은 픽셀 안에 무수히 많은 색들이 숨어있는 것이죠. 이 개념은 간단하게 영상 편집을 할 때는 무심코 지나갈 수 있으나 영상 색보정 작업을 할 때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1개의 픽셀 안에 더 많은 색이 숨어있을수록 더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색도 많아질 테니까요. 지금은 일반적으로 8비트(1개의 픽셀이 256단계의 색을 표현), 10비트(1개의 픽셀이 1024단계의 색을 표현) 영상이 많이 사용되며, 후반제작의 더 큰 가능성을 위해 12비트 이상의 스펙으로 촬영하기도 합니다. 비트뎁스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디지털과 비트의 개념을 알아야 하지만 영상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 정도 개념만 익혀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 관용도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 더 해보도록 할게요.
4.비트레이트(Bit Rate)
프레임레이트가 1초에 몇 장의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가를 뜻한다면, 비트레이트는 '1초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것인가'를 뜻합니다. 전송되는 데이터의 크기는 앞서 설명한 해상도, 프레임레이트, 비트뎁스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3가지 요소가 커질수록 초당 전송되는 데이터가 증가하기 때문에 비트레이트 또한 올라갑니다. 따라서 비트레이트 x 영상의 길이를 계산하면 해당 영상 파일의 전체 용량이 나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비트레이트가 높을수록 품질이 좋은 영상으로 간주되며, HD 혹은 UHD 규격의 영상을 재생하는데 적합한지에 대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5.관용도(Dynamic Range)
관용도는 카메라의 스펙이고 촬영 단계에서 결정되는 요소입니다. 관용도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미지의 가장 밝은 부분부터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의 밝기가 몇 단계로 이루어지는가?입니다. 관용도의 단위는 스탑(Stop)으로 말하며, 스탑이 높을수록 우리가 보는 이미지의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그 사이의 단계를 더 디테일하게 쪼갤 수 있어요. 명암의 단계가 디테일할수록 더 실제에 가깝고,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관용도가 높다고 해서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밝기를 더 많이 쪼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중에서 어느 지점을 더 디테일하게 보여줄 것인지입니다. 어둠 속 맹수의 위협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원시 인류시절부터 우리는 어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어두운 부분을 더 풍부하게 조정하고 표현할수록 더 효율적으로 양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요. 이 개념은 Log와 이어지게 되는데, 이것도 추후에 따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6.코덱
저는 코덱에 대해 설명할 때 항상 커피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커피를 마시려고 할 때 어디에 담아 마셔야 할까요? 친구와 카페에서 먹을 때는 머그컵, 밖에서 마셔야 할 때는 테이크아웃 전용컵, 등산을 갈 때는 텀블러에 담아 가겠죠?
코덱은 용도에 따라 다른 용기로 마시는 커피처럼 코덱은 영상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습니다. 영상을 사용하는 용도와 목적에 따라 촬영용 코덱, 편집용 코덱, 마스터링용 코덱, 배포용 코덱으로 나뉘며 그 종류는 정말로 다양합니다. 영상을 보거나 편집할 때 .mov/.mp4/.wmv 이런 확장자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완전한 정답은 아니지만 일단은 이런 확장자가 코덱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거예요. 코덱이 화질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코덱에 의해 비트뎁스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코덱이 영상을 담아내는 방법에 따라 품질과 용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높은 비트뎁스,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수록 높은 품질의 영상이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용도에 따라 그에 맞는 코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영상을 친구한테 카톡으로 보낼 건데 영화관에서 사용되는 코덱으로 뽑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에게 코덱 공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코덱을 자세히 다루려면 설명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코덱만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영상을 공부하고 제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개념과 화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는 영상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이미 알고 있는 개념도 있지만, 생소하고 어려운 개념도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중요하지 않거나, 필요 없어 보이지만 모든 분야가 그렇듯 기초가 잘 잡혀있어야 더 규모가 크고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동시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영상기술을 익히고 구사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듦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과 개념들을 최대한 쉽게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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