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효과

우리의 조상인 원시인류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민감하게 작동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암흑 같은 밤이나 칠흑 같은 동굴에서는 적이나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감지하는 능력이었습니다. 그래야 위험한 상황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우리 눈은 정지된 이미지를 처리하는 것보다 어떤 연속적인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연속적인 이미지 처리는 우리가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을 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제스처, 동작 등 그 미묘한 신호에 맞춰 대응하는 것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눈이 연속적인 이미지를 처리하는 것은 잔상 효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잔상효과는 우리 눈이 이전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다음 이미지를 처리하는 것을 뜻해요. 강렬한 빨간색 물체를 바라 보다가 다른 곳을 바라보면 그 색의 반대색인 초록색이 둥둥 떠다니는 경험을 해보셨다면 우리 눈에 잔상 효과가 작용한다는 것의 증거입니다. 눈이 잔상효과와 함께 움직이는 이미지를 감지하는 능력은 생존과 더불어 환경을 이해하고 현대 기술이 발전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우리가 영상을 만들고 시청할 수 있는 것도 눈의 잔상 효과를 이용한 기술 덕분이에요.

 

 

 

프레임레이트

누구나 한 번쯤은 교과서 모퉁이에 이어지는 그림을 그려서 움직이는 캐릭터나 만화를 만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한 장씩 그려진 정지된 그림들이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면서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이때 책장을 더 빠른 속도로 넘기면서 캐릭터의 움직이는 과정들이 더 세밀하게 그려질수록 더 자연스럽고 실제 움직임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우리 눈은 최소 1초에 10장~12장 이상의 정지된 이미지가 이어지면 연속된 영상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방금 설명했던 그림을 넘기는 것처럼, 정지된 이미지가 많아질수록 훨씬 더 선명하고 실제에 가까워지게 되는 거예요.

따라서 1초에 몇 장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재생할 것인가? 이것이 프레임 레이트입니다. 같은 1초라는 시간 안에 몇장의 이미지를 찍고, 반대로 1초에 몇 장을 재생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개념이에요. 그리고 프레임레이트를 표현하는 단위는 (Frame per secound)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1초에 10장을 재생시킨다면 프레임레이트는 10 fps로 표기되는 거죠.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영화는 초당 24프레임, 텔레비전은 30프레임으로 촬영되고 재생됩니다. 물론 텔레비전의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북미지역에서 과거에 사용했던 TV표준인 NTSC방식 때문에 여전히 30프레임을 채택하고 있고 유럽과 호주, 중동지역에서는 또 다른 표준인 PAL방식의 영향으로 25프레임을 채택하고 있어요. NTSC와 PAL 방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꽤 오랫동안 영화는 24프레임, 방송 시스템에서는 30프레임이 고정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 현장에서는 장르를 불문하고 24프레임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디지털 방송 시스템의 도입으로 더 다양한 프레임 레이트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OTT와 같은 송출 및 배급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제작 규격의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우리는 아날로그와 필름에서 나오는 감성과 향수를 그리워하고 예술적으로 느끼기에 영화 규격을 선호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음에도 "필름 같은" 이미지에 더 매력을 느끼니까요. 

 

 

 

23.976fps? 29.97fps? 드롭프레임

영화는 24fps, 방송은 30fps가 맞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23.976fps, 그리고 29.97fps이 훨씬 더 와닿고 자주 쓰입니다. 이는 처음 필름이 사용되고, TV방송이 송출되었던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최초 흑백 TV가 방영되었을 때에는 분명 30프레임이 맞았습니다. 영화도 필름으로 초당 24프레임으로 상영되었죠. 하지만 1950년대 초반 컬러 TV가 도입되면서 이 복잡한 폐단이 시작되었습니다. 컬러TV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흑백TV와 컬러TV가 동시에 방영 되었는데, 컬러신호가 송출 되었을 때 기존 흑백TV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섭이 일어났어요. 이를 해결하려 여러 방법을 시도하던 중에 다행히 프레임 레이트를 1/1000로 낮춰 29.97프레임으로 송출하면 이 문제가 해결 되었습니다. 이후 29.97fps로 방송을 내보내는 형식이 업계 표준이 되었으며, 모든 방송 시스템이 29.97fps에 맞게 설계되고 운용 되었어요. 이렇게 프레임을 버리고 타임코드를 카운트한다고 해서 이러한 포맷을 드롭프레임이라고 합니다. 이후에 컬러TV가 상용화되고, 디지털 시스템이 완전히 도입되었음에도 드롭프레임은 여전히 흑백 TV 시절의 잔재로 남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24fps으로 상영되던 필름 또한, TV방송 시스템에서 호환되려면 변환 프로세스(Telecine)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29.97fps와 맞추기 위해 같은 비율인 1/1000을 늦춰 23.976fps으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필름으로 촬영을 할 때 추후에 방송 송출까지 생각해 처음부터 23.976fps로 촬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관행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어요. 

 

 

 

타임코드 보정

컬러 TV의 도입으로 생긴 문제를 29.97fps로 낮추는 것으로 해결했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재생 속도를 1초에 29.97에 맞출 수는 있지만 온전히 한 장으로 보여야 하는 이미지가 소수점으로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수인 프레임 레이트와 정수로 존재해야 하는 이미지의 간극을 맞추기 위해 타임코드를 특정 규칙에 따라 보정해서 카운트하게 돼요. 바로 10분의 배수가 되는 분을 제외하고 1분마다 00, 01 프레임을 건너뛰고 카운트한다는 규칙입니다.

예를 들면 00:00:59:29 (59초 29프레임)에서 00:01:00:00 (1분)이 아니라 00:01:00:02 (1분 02프레임)으로 넘어간다는 거죠. 다만 10분, 20분, 30분, 즉 10의 배수가 되는 분에는 정상적인 타임코드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드롭프레임의 타임코드 보정에는 24fps, 60fps 등 드롭프레임 포맷에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고속 프레임

우리가 영상을 제작할 때 24프레임으로 촬영하면 24프레임으로 재생하고, 30프레임으로 촬영하면 30프레임으로 재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60fps, 120fps, 240fps... 이런식으로 초당 프레임 수가 늘어나고 같은 프레임으로 재생하면 훨씬 더 부드럽게 표현되고 정확하게 궤적을 따라갈 거예요. 하지만 대부분 60fps 이상의 고속 프레임으로 촬영하는 목적은 더 실제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60fps로 촬영된 영상을 30fps로 재생 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초당 재생해야하는 프레임은 60장인데 30프레임의 속도로 재생하면 영상은 두배 느려집니다. 같은 맥락으로 30fps로 재생할 때 120fps는 세 배, 240fps는 네 배 느려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겠죠. 이렇게 광고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슬로우 모션 효과를 만들어 낼 때 고속 프레임으로 촬영하고 정속으로 재생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카메라가 도저히 포착해 낼 수 없거나, 극단적으로 느린 화면을 연출해야 하는 경우에는 초당 1000fps~20000fps 으로 촬영하는 초고속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비트레이트

디지털 영상에는 그 품질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해상도, 프레임레이트, 비트뎁스, 크로마 서브샘플링이 있어요. 이 요소들의 크기나 양에 따라서 전송해야 하고, 연산해야 하는 데이터가 달라질 것입니다.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론적으로 해상도와 프레임레이트, 비트뎁스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크로마 서브 샘플링의 색차 정보 비율이 올라갈수록 영상 품질이 좋아지고 데이터가 많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영상을 촬영하고, 재생할 때 전송해야 하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그에 따라 연산해야 하는 데이터도 복잡하고 많아질 거예요. 프레임레이트가 1초에 몇 장의 이미지를 재생할 것인가? 이라면, 비트레이트는 1초에 얼마의 데이터를 전송할 것인가? 를 뜻합니다. 당연히 비트레이트가 높을수록 더 품질이 좋은 영상으로 간주되며, 해당 영상의 대략적인 포맷을 유추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비트레이트를 보고 해당 규격과 포맷에 맞는 영상인지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HD영상을 최적의 환경에서 가장 정상적인 품질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30fps를 기준으로 초당 150~200메가비트(150~200Mbps)의 비트레이트가 필요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영상 파일의 규격을 상황과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영상의 압축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트레이트는 1초에 전송하는 데이터의 크기를 뜻하므로, 비트레이트 x 영상의 총 길이(Duration) = 영상의 총 용량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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