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정말로 많은 카메라들이 출시되었고, 또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하이엔드 카메라만 낼 수 있던 성능이나 기능들이 이제는 보급형 카메라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죠. 물론 그들이 말하는 해상도와 관용도, Log나 RAW라고 하는 모든 것들이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대부분이고 어느 정도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구경조차 할 수없었던 여러 기술들을 약식으로나마 쉽게 찾아보고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내 상황과 용도, 그리고 감성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거겠죠.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영상 촬영에 특화된 카메라,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실제 영화나 CF,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하이엔드 카메라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당연히 더 좋은 카메라로 촬영 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결과물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좋은 장비와 기술보다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찍을지가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그래도 기술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 조명환경이 충분히 갖춰지고 난 이후에 장비를 고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생각합니다. 조명이 영화적으로 떨어지면 그 어떤 카메라로 촬영하더라도 그건 그냥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정말 여러 번 경험했으니까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카메라는 등급에 따라 총 10단계로 나누었으며, 그 기준은 다음 내용을 고려하여 작성했습니다.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출고가를 우선적으로 나열하고 조정했습니다.

*그다음 브랜드와 카메라 자체의 평판, 지금 당장 현역에 뛰어들어도 손색없는지 등 정성적인 측면에서 판단했습니다.

*레드 카메라는 바디와 센서를 모두 합치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센서만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저 개인적인 취향과 경험에 의지해 분류했습니다. 직접 촬영하며 다뤄보지는 않았지만, DI컬러리스트로서 지금까지 수많은 작업을 해오면서 각 브랜드와 카메라마다 미묘한 감성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작업을 해본 카메라는 굵은 글자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결론은 전부 제 개인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만든 것이니 혹시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그 의견이 맞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0.Newbie

BMD BMPCC 4K Lumix DC-S5M2 Canon EOS R6 mark II α7s II

 

먼저 뉴비라고 했지만 절대 뉴비들의 카메라가 아닙니다. 각 브랜드에서는 이미 중급 기종으로 내세우고 있으니까요. 개인으로 영상을 작업하시는 분들에게 정말 사랑받아 왔고, 여전히 애용되고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나소닉이 만드는 질감이 가장 필르믹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디지털 영상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정제되고 반듯한 선들이 그나마 덜 보여서 그런 것 같아요.

 

 

 

9. Beginner

BMD BMCC 6K BMD BMPCC 6K Lumix DC-S1h

Sony ILME-FX3 Sony α7s III Canon EOS R3
Canon EOS R5C Nikon Z9 Nikon Z8

 

그다음은 영상 촬영에 특화된 미러리스의 고급기종, 그리고 '시네마 카메라'라고 명명된 엔트리급 카메라들입니다. 성능과 휴대성을 모두 잡은 A7s3가 한때 시대를 호령했던 기억이 있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레벨에서 FX3를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 가장 적은 자원으로 높은 해상도와 RAW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블랙매직은 특유의 질감과 색조 모두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블랙매직으로 촬영하면 어떠냐고 물어보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합니다.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 속에서 폭넓은 RAW데이터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 가능성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니까요.

 

 

 

8. Advanced

RED KOMODO-X RED KOMODO BMD URSA Mini Pro 12K
BMD URSA Mini Pro 4.6K Canon EOS C200B Canon EOS C70
Sony PXW-FX9 Sony PXW-FX6 AU-EVA1

 

이제 본격적으로 실제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시네마 카메라들이 등장합니다. 소니가 만들어 내는 깨끗하고 반듯한 비디오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바이럴 프로젝트나 독립단편에서 꽤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 번 안 되지만 항상 C200은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당연히 하이엔드 카메라와 비교하면 애매했지만, 뭔가 조금만 더 하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계조를 깎아 질감을 깎아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혜성처럼 등장한 KOMODO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대비가 너무 날카롭고 깊게 패이는 레드 카메라를 작업할 때는 습관적으로 IPP2와 Wide Gamut으로 바꿔서 최대한 소프트한 질감에서 시작을 했는데, KOMODO로 작업할 때 뭔가 달라진 걸 느꼈습니다. 이전보다 대비가 옅게 떨어지고 선이 부드럽게 표현되는 것이 알렉사를 닮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7. Rare

RED GEMINI RED DRAGON-X Panasonic Varicam LT
 
 
EOS C500 Mark II EOS C300 Mark III

 

시네마 라인의 중급기종들입니다. 저조도에 강하다고 알려진 GEMINI, 정말 시대를 호령했던 DRAGON, 그리고 파나소닉의 시네마 카메라 Varicam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 모두 훌륭한 카메라이지만 위아래로 더 나은 선택지들도 많고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인지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6. Brilliant


RED HELIUM Canon EOS C700 FF Canon EOS C700 Sony Burano

 

다음은 시네마 라인의 고급기종으로 분류한 등급입니다. 헬륨은 랩터에 자리를 내어주는 듯 보이지만, 이전 세대의 컨셉으로 아직은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기에 현재 등급에 올렸습니다. 그 외에도 캐논의 플래그십 모델인 C700, 소니 시네마라인의 Burano가 있습니다.

 

 

 

5. Precious

ARRI Alexa Mini RED V-RAPTOR X RED V-RAPTOR Sony Venice

 

드디어 알렉사가 등장했습니다. 알렉사 미니는 정말 제 커리어 내내 꾸준히 작업해왔고, 완전히 퇴역하기 전까지 당분간은 더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알렉사가 사랑받는 이유는 양질의 데이터를 담아 원하는 그대로 표현해 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해요. 물감을 잘 머금을 뿐만 아니라 발색까지 뛰어난 조각상 같은 느낌입니다.

KOMODO에 이어 DSMC3의 두 번째 모델 V-Raptor 역시 정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KOMODO를 작업할 때 받았던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계조와 질감 모두 알렉사를 닮아 있어요. Venice 역시 많이 작업해보지는 못했지만 계조가 쪼개지는 형태가 알렉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모두가 결국 알렉사로 가는 여정을 걷고 있는 걸까요?

 

 

 

4. Supreme

RED MONSTRO Sony Venice2 Panasonic Varicam Pure Panasonic Varicam 35

 

레드와 소니, 파나소닉의 플래그십 모델이 속해있는 등급입니다. V-Raptor 이후 레드의 행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레드의 큰 형님 자리를 지키고 있죠. 레드의 플래그십이기에 말도 안 되는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작업하는 데 있어 V-Raptor가 조금 더 이득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 Venice2와 Varicam은 아직 작업해 본 경험이 없지만 Monstro와 충분히 견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생각에 이 등급에 두었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작업을 하게 된다면 마저 쓰도록 하겠습니다.

 

 

 

3. Exceptional

ARRI Alexa Mini LF ARRI Alexa SXT

 

최근 알렉사 미니를 대체하는 알렉사 미니 LF입니다. 사실 이 레벨에서는 뭐가 더 좋은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모든 것이 선택이고 옵션이니까요. 알렉사 미니가 충분히 좋았기 때문에 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작업하면서 뭔가 그 이상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 Mystic

ARRI Alexa 35 ARRI Alexa LF

 

현재 알렉사의 플래그십 모델들입니다. Alexa 35는 그동안 알렉사에 탑재되었던 ALEV III 센서가 아닌, 새로 개발된 ALEV IV 센서를 탑재한 최초의 모델입니다. 최근에 몇 번 작업해본 경험으로는... 더 말이 필요할까요?

알렉사 LF는 Large Format 형식의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입니다. 2개의 수직 센서를 배열해 Large Format 센서를 구성했기 때문에 Alexa 65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Legendary

ARRI Alexa 65

 

대망의 최고 등급에 위치한 Alexa65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초대형 블록버스터와 헐리우드 영화들이 이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알렉사 라인업 중에서는 최고해상도(6560x3100)를 자랑합니다. Alexa 65는 판매하지 않으며, 오직 ARRI에서 렌탈만 가능하기 때문에 더 특별하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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